요나의 신앙 저널 | 말씀 속에서 시대를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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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창조 안에 질서를 세우시고 그 질서 안에서 서로를 섬기고 지키며 사랑하도록 직분자로 부르셨다.

 

직분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창세기에서 시작되는 부르심의 자리

[하나님의 질서와 직분의 기원 ①] 창조 때부터 세우신 하나님의 질서와 청지기 사명에서 비롯된 교회 직분의 실제를 선포한다. 초기 교회 공동체의 기도와 연합을 통해 나타나는 거룩한 질서를 나타낸다. 요나의 신앙 저널

 

오늘 많은 교회에서 직분은 명예과 권력 직책이나 서열로 이해하고, 역할을 맡는 순간 위치가 달라진다고 느낀다. 그러나 성경을 읽다보면 직분은 무엇이며 하나님이 왜 직분자로 세우시고 사용하는지 깨닫게 된다. 직분의 기원은 교회 조직이 아니라 창조의 시작에 있다. 하나님은 인간을 지으실 때부터 ‘섬기며 지키는 존재’로 부르셨고 이 부르심이 직분의 첫 자리였다.

 

직분이 왜곡되면 교회의 질서가 흐려지고 하나님이 주신 통치와 돌봄의 의미가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직분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왜 하나님이 직접 세우셨는지 왜 창세기에서 직분의 본질을 다시 살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은 직분이 창조 질서 속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부르심이 오늘 교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집중해서 다룬다.


직분은 사람이 만든 제도가 아니다

오늘 많은 교회에서 직분은 조직을 움직이기 위한 역할 배치로 이해된다.직분을 맡으면 책임보다 지위가 앞서고 섬김보다 관리가 먼저 떠오른다. 직분은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무게가 달라지고 사람들은 그 자리를 통해 인정과 영향력을 떠올린다. 그러나 성경은 직분을 하나님의 주권적 경륜 안에서 규정한다. 직분은 창세 전의 작정과 부르심으로부터 출발하며 세워진 자의 정체성을 확정하는 영적 파송이다.

 

직분을 맡는다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소명과 사명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의 문제다. 교회 안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책임을 겸손과 순종으로 따르는 질서가 나타나는 것으로써 위계를 만들기보다 하나님이 두신 방향을 따르는 사람을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직분은 호칭보다 삶이 앞서고 말보다 걸음이 먼저다. 성경은 직분을 조직의 언어로 설명하지 않고 하나님이 사람을 세우실 때 주신 부르심의 흔적으로 기록한다. 직분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하나님이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세우셨는지가 먼저 드러난다. 이 지점에서 직분은 다시 살아난다.

 

직분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첫 질문은 직분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교회가 생긴 이후인가, 사도 시대인가, 혹은 출애굽 이후 제사장 제도에서인가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을 보면 직분은 그보다 훨씬 앞선 창조 이후 첫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창세기에 나타난 직분의 기원

하나님은 사람을 지으실 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다스리라”(창 1:28)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다스리라’는 히브리어 라다(רָדָה, rādāh)로, 힘을 누르는 지배가 아니라 맡겨진 영역을 돌보고 보호하는 통치를 가리킨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주신 첫 직분은 생육하며 번성하되 돌봄의 다스림 안에서 책임과 의무를 행하도록 하신 것이다. 이 직분은 직책보다 먼저 존재했고 예배와 삶의 자리를 관통하는 부르심이었다.

 

창세기 2장은 이 부르심을 더욱 분명하게 말한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다”(창 2:15). 여기서 경작하다’는 아바드(עָבַד, ʿāvad)로 섬기다라는 뜻을 품고 있으며 ‘지키다’는 샤마르(שָׁמַר, šāmar)로 맡겨진 것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의미다. 하나님이 세우신 직분은 서기며 지키는 자리였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어떤 태도로 서야 하는지가 창세기의 말씀 속에서 드러난다. 직분의 기원은 존재의 방향에 놓여 있다.

 

하나님은 사람을 자기 형상대로 지으셨고 그 형상은 관계와 책임의 자리에서 살아가도록 하셨다. 또한 직분을 주시고 그 직분을 감당할 능력과 힘을 주셨다. 직분은 하나님이 맡기신 것을 돌보고 지키는 자리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표지다. 하나님을 잊지 않고 직분의 소명과 사명을 감당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은 생명과 명분과 은혜를 베푸신다.

 

창세기의 장면은 직분이 어떤 방식으로 태어났는지 그리고 인간은 스스로 직분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직분은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 직분은 교회가 생기기 이전, 제도가 만들어지기 이전, 인간이 체계를 구성하기 이전에 존재했다. 하나님이 주신 부르심이 직분의 시작이며 그 부르심이 인간을 세운다.

 

직분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맡기신 자리이고 그 자리는 섬김과 돌봄과 지킴이 함께 움직이는 자리다. 하나님이 세우신 자리를 사람이 바꾸고, 이름을 높이고, 역할로만 받아들이는 순간 직분은 왜곡된다. 직분의 기원은 창세기의 말씀 속에서 다시 확인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질서와 직분의 기원 ①] 섬김과 순종으로 완성되는 직분의 본질을 선포한다.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삶의 태도로부터 시작되는 모든 사역의 실제를 나타낸다. 요나의 신앙 저널

 

직분의 왜곡, 타락 이후 권력으로 변질

직분의 기원은 창세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이 맡기신 자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인이 되려 했다(창 3장). 하나님 앞에서 서야 할 자리가 자신을 중심에 두는 자리로 바뀌는 순간 돌보고 지키는 부르심은 힘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직분의 왜곡은 마음이 하나님을 떠난 순간 드러난 현실이었다.

 

타락 이후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서는 법을 잃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흐려지자 직분은 더 이상 섬김의 방향을 가리키지 못했고 사람의 판단과 욕망에 흔들리는 자리가 되었다. 이때 하나님은 직분을 버려두지 않으셨다. 출애굽 이후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나를 섬기는 제사장으로 세우라”(출 28:1)는 말씀이 주어졌다.  제사장은 히브리어 코헨(כֹּהֵן, kōhēn)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자라는 뜻을 지닌다. 흐려진 직분을 하나님이 다시 일으키신 것이다.

 

하나님은 제사장을 내 것이라”(민 8:14)고 선언하셨다. 이 선언은 제사장이 하나님께 속한 존재이며, 하나님 앞에서 서도록 구별된 자리라는 사실을 밝힌다. 직분자는 하나님이 불러 세우신 자다. 제사장의 신분은 소속에서 드러나며 하나님 앞에서 서는 삶이 그 정체를 증언한다.

 

레위기에서 하나님은 제사장의 행선지와 접촉의 대상, 삶의 양식을 명확히 구별하셨다(레위기 21:1). 이는 거룩을 향한 선명한 방향의 제시이며 부르심을 입은 자가 마땅히 거할 통치 질서다. 제사장 직분은 거룩을 실재로 증명하는 존재의 양식임을 여실히 입증한다.

 

직분의 왜곡은 타락 이후 인간이 반복해 온 뿌리 깊은 본성이다. 초기에는 소명 앞에 겸손을 보이나, 점차 직분을 개인의 명예와 인정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전용한다. 이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중심을 이탈하여 사람의 시선에 고착되는 변질의 과정이다. 직분이 은혜의 영역을 벗어나 계급적 신분으로 고착되고 위탁된 사명을 사유화할 때 왜곡은 완성된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신앙 질서는 하나님의 통치를 가리고 공동체의 근간을 흔든다.

 

구약의 제사장들이 보여준 방탕함과 타락 역시 동일한 근원에서 기인한다. 하나님 앞에 서야 할 자들이 사람의 시선을 탐닉하고 제사의 본질을 역할의 외형으로 치환할 때 직분은 거룩을 상실한 특권으로 전락한다. 제사장이 백성을 하나님께 인도하는 본연의 사명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욕망에 의해 가려지며 그 순간 직분의 생명력은 소멸된다.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가 폐기된 지점에 인간의 탐욕이 주권을 행사한다.

 

구약의 제사장 직분은 교회의 직분을 비추는 그림자이고 하나님 앞에서 서는 자, 맡겨진 것을 지키는 자, 공동체의 틈을 메우는 자의 위치로 이 자리가 직분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 교회가 직분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

직분은 하나님이 친히 세우신 소명이며 교회는 이 소명을 통해 존재의 방향을 확정한다. 직분의 회복은 새로운 제도의 고안을 앞질러 하나님 앞에서 서는 태도를 재건하는 작업이다. 가시적인 성과보다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마음을 낮추는 겸비함이 직분의 본질을 증명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직분자의 권위가 아닌 위탁된 사명으로 복귀하는 순종을 통해 견고히 서야 한다. 그러므로 직분의 회복은 곧 교회의 재건이며 하나님이 세우신 창조 질서를 준행하는 거룩한 행진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성경전서 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John Stott, The Living Church, IVP, 2007
Dietrich Bonhoeffer, Life Together, SCM Press, 1954
박윤선, 『성경주석: 디모데전서·디도서』, 영음사, 1985
한병수, 『청지기의 신학』, SFC, 2016

 

 

📖 교회의 직분과 질서 시리즈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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